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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말씀 플러스


4_문윤국 선생에게 추서된 독립유공훈장.JPG


내가 일고여덟 살쯤의 일입니다. 윤국 할아버지가 잠시 우리 집에 머물러 계신 것을 알고 독립군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독립자금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려고 눈이 쏟아지는 밤길을 걸어온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잠든 우리 형제들이 깰세라 우리 얼굴을 이불로 덮으셨습니다. 이미 잠이 달아나버린 나는 이불 속에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누워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머니는 그 밤중에 닭을 잡고 국수를 삶아 독립군들을 대접했습니다.

아버지가 덮어씌운 이불 밑에서 숨을 죽인 채 듣던 윤국 할아버지의 말씀은 지금도 귓전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죽어도 나라를 위해 죽으면 복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암흑이지만, 반드시 광명한 아침이 온다”라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늘 몸이 불편하셨지만 목소리만은 쩌렁쩌렁하셨지요. 

‘저렇게 훌륭한 할아버지가 왜 감옥에 가야 하나? 일본보다 우리가 더 힘이 세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하며 안타까워하던 심정도 잊히지 않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