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교회에서 처음으로 문 총재를 만났습니다. 교회는 판자를 두른 아담한 2층짜리 적산가옥이었는데, 교회라기 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문 총재에게 공손히 인사했습니다. 문 총재는 나에게 다짐을 받듯 말했습니다.
“한학자, 앞으로 희생해야지!”
“....네!”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희생’이라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문 총재가 말하는 희생은 교과서에서 배운 희생과 분명 다를 것이었습니다. 더 높은 의미의 희생, 더 고결한 희생, 더 완전한 희생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것을 희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 희생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희생’은 내 마음 속 하나의 화두처럼 각인되었습니다. 훗날 생각해 보니 ‘희생’은 평화의 어머니로서 살아가야 할 나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평화의 어머니 97-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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