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돈을 빌려주고 떼일 줄은 알아도 받아올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빚을 얻어 쓰고서 갚기로 한 약속은 소를 팔고 집안 기둥을 뽑아 팔아서라도 반드시 지키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작은 꾀로 진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참이란 작은 꾀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꾀로 이룬 것은 몇 년 못 가 드러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풍채가 좋으셨던 아버지는 볏섬을 지고 층계를 성큼성큼 올라가실 만큼 힘이 장사였습니다. 내가 아흔 살이 되도록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체력 덕분입니다.
찬송가 중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즐겨 부르시던 어머니도 대단한 여장부셨습니다. 이마랑 머리가 두리두리하셨던 모습만이 아니라 곧고 괄괄한 성격도 그대로 닮아 나 또한 고집이 대단하니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 셈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p.31)
-
PREV 달래강 전설
-
NEXT 한다면 하는 하루울이 고집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