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고향인 정주에는 달래강 다리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튼튼한 다리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허물어져 건너다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사는 일에 바빠 그냥 방치해 두었습니다. 그러자 홍수에 휩쓸리고 모래더미가 밀려와 강바닥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달래강 다리에 바위를 깎아서 세워 놓은 장승 표석이 묻히는 날에는
나라가 없어지고, 드러나는 날에는 조선 땅에 신천지가 펼쳐지리라.
중국 사신이 두만강을 건너와 한양으로 가려면 달래강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망가져 건널 방도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어 다리 놓아 줄 사람을 찾기 위해 방을 붙였습니다. 그때 조한준 할아버지가 가진 재산을 전부 털어 돌다리를 새로 놓았습니다. 네모난 돌을 빈틈없이 쌓아 튼튼하게 올리고 그 밑으로는 배가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널찍하게 만들었습니다. 조한준 할아버지는 다리를 새로 만드는 데 전 재산을 다 쓰고 엽전 세 푼을 남겨 놓았습니다. 다음날 다리 준공식에 신고 갈 짚신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날 밤, 꿈에 하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한준아, 네 공이 크구나, 그래서 너희 가문에 천자를 보내려 했는데
남겨 놓은 엽전 세 푼이 하늘에 걸려 공주를 보내겠노라.”
꿈에서 깨어나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달래강에 가보니, 언덕 위에 이제까지 없던 돌미륵불이 생겨나 있었습니다. 그 미륵이 얼마나 영엄했으면, 누구든지 말을 타고 그 앞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나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별 신기한 일이 다 있다면, 경건한 마음으로 그 위에 집을 지어 돌미륵이 비바람을 맞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충정 어린 조한준 가문을 통해 하늘은 신앙심 깊은 조원모 외할머니를 보내셨고, 그리고 그분에게서 신앙심이 더욱 깊은 홍순애 어머니가 탄생했습니다. 한반도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독생녀를 탄생시키기 위한 하늘의 섭리와 정성이 그 옛날 조한준 선조로부터 시작되어 나에게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평화의 어머니 5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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