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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말씀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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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버님의 친형 문용수(文龍壽) 대형님


큰집의 우환

참아버님의 둘째 누님께서 시집을 갔는데 정신이상이 돼 충모님께서 고향으로 데려오셨다. 원리적으로 보면 잡령이 든 것이다.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어떤 때는 치마를 벗어던지기도 했다. 그래서 큰집에서는 잡령을 내쫓는다고 무당을 데려다가 굿을 하고 경 읽는 사람들을 불러와 경도 읽었다. 누님은 여자라서 힘이 약해 붙들어 앉혀 놓고 경을 읽었는데 차츰 나아져 시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영이 참아버님의 형님인 문용수 대형님께 붙어 정신이상이 됐다. 대형님께서는 처음 발작했을 때, 식칼을 들고 지붕 꼭대기에 올라 예수쟁이들 다 죽인다며 지붕 위를 왔다갔다하셨다. 일요일이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교회에서 돌아오다가 그걸 보고 “야, 용수야. 너 왜 그러느냐?”고 하니까 “아주머니, 예수 믿는 사람 다 죽일 겁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야, 내려오너라. 죽이는 것은 나중에 하고 우선 내려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아주머니가 나한테 절하지 않으면 안 내려갑니다.”고 했다. 내가 그 장소에 있었는데 사탄이 예수보고 절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그럼 내려와라. 내려오면 절 할 테니까.”라고 하셨는데도 “아니, 절해야지, 절 안 하면 안 내려갑니다.”고 해 우리 아버지가 절을 하는 척 흉내만 내고 “자, 절을 한 것이니까 내려오너라.”고 하니까 후다닥 뛰어 내려왔다.

대형님께서는 후딱 뛰면 지붕 위로 올라가시고 후딱 뛰면 담을 넘어가셨다. 우리 집 옆 대장간에서 수갑 같은 쇠고랑을 사 왔다. 그래서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려오는 대형님을 힘이 센 경익 숙부가 붙잡아 쇠고랑을 채워 방에 가뒀다. 대형님을 당해낼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숙부한테는 꼼짝을 못해 숙부가 대형님 방에서 지키셨다. 그러다 숙부가 잠든 사이 대형님께서는 손발을 묶어놓은 고랑을 풀고 돌아다니지 않는 데가 없었다. 그래서 삼을 꼬아 만든 참밧줄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맸다. 밥을 떠먹여 주거나 경을 읽을 때나 잠을 잘 때도 줄에 묶여 있었다. 경을 읽는 사람은 장님이 많은데, 그때는 장님이 했는지 눈 뜬 사람이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형님께서는 경 읽는 사람에게 가래침도 뱉었지만 그 사람은 신경 안 쓰고 경만 읽었다. 그런데 경 읽는 사람이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대형님께서 참밧줄을 이로 끊고 물고 잡아당겨 이가 다 나간 채로 도망가신 적도 있다.

또 한 번은 숙부가 참밧줄로 묶은 대형님을 안고 주무셨는데 대형님께서 없어지셨다. 온 마을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곡식밭에서도 쑥 나오고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확 덤벼들기도 하셨다. 도망가면서 팬티만 입고 도망가기도 했다가 우물 위에 서 있기도 하셨다. 대형님께서 장가든 후 여름에 벌어진 일이다. (님따라 뜻따라 13~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