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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책 플러스



최근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오징어게임’입니다. 지금은 그 열풍이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한때 TV나 각종 매체가 오징어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고, 오징어게임을 모르면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이 하도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 하니까 궁금해져서 하루 날을 잡고 전편을 쭉 봤습니다. 역시 그 명성만큼이나 재밌더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슴을 졸이며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어떤 미스테리한 집단이 빚더미에 둘러싸여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이상한 게임에 참가시킵니다. 게임에 초대받은 465명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게임에 지면 목숨을 잃는 지옥과도 같은 서바이벌이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줄다리기’, ‘구슬치기’, ‘유리 다리 건너기’, ‘오징어게임’ 등 총 6개의 게임을 통과하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이 465억 원 상금의 주인공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것은 기록적인 시청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설정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열리는 공간의 천장에 매달린 돈은 마치 세상을 지배하는 신과 같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합니다. 사람들은 돈을 갖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필사적으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짓밟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합니다. 오징어게임 안에서 최고의 가치는 돈이며, 사랑이나 우정, 신뢰와 같은 정신적 가치는 게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극 중에서 상우가 구슬치기에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상우를 믿고 따르던 알리를 속이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오징어게임과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돈을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왜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나요? 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할까요? 왜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요? 사회는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명예를 얻기 위함이라는 의식을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심어줍니다.

그리고 그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도 오징어게임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옆 사람보다 내가 잘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좋은 학교,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습니다. 그 경쟁에서 뒤쳐지면 오징어게임처럼 목숨을 잃지는 않지만, 경쟁에서 도태되어 다시금 기회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결국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만이 이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는데, 오징어게임은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차갑고 부조리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희망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 공정한 규칙이 적용되는 게임을 통해서 엄청난 부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엄청난 부를 소유한 악마와 같은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재미로 만든 게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과 사를 오가는 게임을 만들어서 그저 즐기려고 한 것입니다. 참가한 사람들은 어찌 됐든 한 줄기 희망을 좇아 죽기 살기로 게임에 매달립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만들어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렇게 오직 돈만을 좇는 구조 속에서 다른 사람의 행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적 욕망만을 추구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끝없는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현실이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반복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암울하고 끔찍합니까? (계속)

(성화랑 2021년 겨울호 94~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