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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책 플러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 영화의 제목이 ‘늑대아이’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주인공을 늑대아이들로 보기 쉽겠지만, 저는 처음부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엄마인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이 참 기구합니다.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들도 평범하지 않았고 그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사는 곳도 자신이 원하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원망하려면 얼마든지 원망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인생의 역경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적으로 삶을 이겨냈습니다. 제가 왜 서두에서 이 여인의 삶이 축복가정 부인의 삶과 닮아 있다고 했는지 이제 짐작이 가실 겁니다. 

먼저 그녀는 세상에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정체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아이들을 지혜롭게 키워야 했습니다. 늑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분명 큰 난리가 벌어졌을 테니까요. 요즘은 좀 덜할지 모르겠지만, 축복가정 자녀들도 통일교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습니다. 저도 어릴 때 누가 “너 종교가 뭐니?” 하고 물으면 머뭇거릴 때가 많았습니다. 세상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축복가정의 전통을 따라야 하는지,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순간들이 축복가정 자녀들에게는 늘 따라다닙니다. 

영화에서 엄마 ‘하나’는 인간과 늑대 사이를 오가며 사고를 치는 ‘유키’와 ‘아메’를 늘 따뜻한 사랑으로 포용하고 감싸줍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축복가정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키우며 겪어야 했던 심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축복가정 부인들은 자녀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이리저리 방황할 때도 언제나 사랑과 정성으로 그들을 돌보면서 하늘의 자녀로 키우고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자식들을 데리고 어쩔 수 없이 깊은 산 속의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하나’의 모습에서도 고향을 떠나 낯선 한국 시골 땅에서 살게 된 국제축복가정 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에서처럼, 한국에 시집온 그들도 처음에는 시골 마을에서 그리 환영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본 부인들의 경우, 한일 간의 국민 정서도 좋지 못한 데다가, 왜 이런 시골에 와서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마저 감당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하나’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축복가정 부인들 역시 낯선 문화와 환경 속에서 축복의 가치를 되새기고 참가정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시부모님을 잘 모셔서 ‘효부’(孝婦)상을 받은 분도 여럿 계십니다. 참사랑으로 묵묵히 낯선 환경을 개척하며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난 국제축복가정 부인들은 실로 위대한 사랑의 승리자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하나’라는 여인의 삶에 대한 태도입니다. 영화에서 그녀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시련을 겪어도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납니다. 이점이 바로 우리 축복가정 부인들, 우리 성화학생들의 어머니들과 가장 닮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가 일본 혹은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성화학생들이 많지요?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어머니의 삶을 간접적으로 투영해보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영화 〈늑대아이〉에 나오는 ‘하나’라는 여인의 삶을 보면서, 우리 성화학생들이 어머니의 신앙과 사랑, 정성, 눈물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화랑 2021년 가을호 94~97쪽)


<늑대아이> 영화 정보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93005#


<늑대아이> 영화 요약 (출처: 유튜브 씨네마스터)

https://youtu.be/aZEgJrIv8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