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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책 플러스

〈늑대아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 있나요? 개봉된 지 벌써 9년이나 된 이 영화를 제 막내 딸아이와 처음 본 것은 한 4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딸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니까 한 1학년 때쯤이었을 겁니다. 더운 여름날 거실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같이 보는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 딸이 눈물을 찔끔 흘리는 거예요. 

당시 그 모습이 저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말괄량이 스타일인 제 아이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건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쑥스러워 그런지 언제 울었냐고 시치미를 떼더군요. 아무튼 이 영화를 제 딸아이는 꽤나 좋아했고, 소장용으로 구입해서 틈만 나면 다시 보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거실에 같이 앉아있을 때면 곁눈질로 함께 보게 되어 2-3번은 족히 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나 작화 등이 좋고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인터넷 평점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비록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팬층이 있는 영화지요.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좀 별난 감상 포인트를 갖고 있습니다. 두 아이(늑대아이)의 어머니로 나오는 여인이 우리 축복가정 어머니들의 모습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 건너와 살고 있는 국제축복 가정 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당신은 참 특이한 사람이야.”라고 핀잔을 주더군요. 어쨌든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주의: 강력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 한 평범한 여대생인 ‘하나’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알고 보니 마음만 먹으면 늑대로도 변할 수 있는 늑대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늑대인간인 그는 흉폭하고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남자였습니다. 둘은 서로 사랑하여 함께 살게 되었고, 사랑의 결실로 딸아이 ‘유키’와 남자아이 ‘아메’를 얻게 되지요. ‘유키’와 ‘아메’도 물론 늑대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을 나선 늑대인간 아버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하루아침에 ‘하나’는 두 늑대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기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유키’와 ‘아메’가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키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하나’는 가진 돈을 다 털어 시골 깊숙한 곳의 낡고 허름한 빈 집을 구해 이사를 가게 됩니다. 농사 경험도 없고 집을 고쳐본 적도 없었지만, ‘하나’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면서 씩씩하게 농촌 생활에 적응하며 아이들을 키웁니다. 지역 주민(대부분 노인)들도 처음에는 얼마 못 견디고 떠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하나’ 가정이 꿋꿋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조금씩 도움의 손길을 주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지역 주민들에게 마을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 ‘하나’ 가정은 마을에 잘 정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 것입니다. 누나인 ‘유키’는 늑대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인간으로만 살고자 했지만, 동생인 ‘아메’는 산속 동물들과 어울리며 늑대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합니다. 결국 ‘아메’는 집을 떠나 산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엄마인 ‘하나’는 자식을 떠나보낼 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말리지만 결국 ‘아메’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계속)

(성화랑 2021년 가을호 94~97쪽)


<늑대아이> 영화 정보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93005#


<늑대아이> 영화 줄거리 소개(출처: 유튜브 리뷰카페)

https://www.youtube.com/watch?v=-mb6UaZXD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