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精神 / Spirit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지성이나 이념 등의 고차원적인 마음.
[내용] 일반적으로 물질 또는 육체에 대립하는 것으로서의 마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고차원적인 심적 능력, 즉 과학이나 예술 등을 창작하는 활동과 관련된 마음을 가리킨다. 마음이 주관적 또는 정서적이며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는 것이라면, 정신은 지성이나 이념에 의하여 지지되는 고차적인 마음의 움직임으로 개인을 초월하는 의미를 지니고 ‘민족정신’, ‘시대정신’ 등으로 보편화된다.
동양의학에서 마음을 심장과 관련시키는 것처럼 마음은 육체 안에 속하는 측면이 강한 반면에 정신은 개인의 신체를 초월해서 우주로 편재 확산하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것은 ‘정신’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스피리트(spirit), 에스프리(esprit, 프), 가이스트(Geist, 독)가 ‘바람’, ‘공기’, ‘호흡’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스피리투스(spiritus), 그리스어의 프네우마(pneuma)에서 유래한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신은 인간의 마음이나 신체를 지배하는 ‘영혼’의 이미지를 지니며, 나아가서는 신이나 초월자의 관념과 결부되어 윤리적, 형이상학적인 성격까지 지니게 된다.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볼 때, 마음이 순수한 심(心)의 작용을 가리키는 반면에 정신은 심의 작용에 기(氣)의 측면이 부가된 의미로 사용된다. 말하자면 정신은 심의 작용 외에 육체에 생명력이 깃들게 하는 주체이다. 철학사를 통하여 정신은 다양한 의미로 설명되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을 추상적 사고 활동으로 해석하였으며, 플로티노스는 초이성적인 지적 직관으로 받아들여지는 원리, 즉 신과 동일시하였다. 한편 독일 고전철학은 정신을 자기의식의 활동으로 받아들였다. 17-18세기의 유물론자들은 정신을 단지 감각에서 생기는 지식으로 보았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은 정신을 물질과 분리된 독립된 존재로는 보지 않았다. 즉 정신은 물질의 변화와 발전에서 생긴 의식의 성립에 의하여 발생하고, 인간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실천을 통해 발전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일단 정신이 출현하고 나면, 그것은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존재를 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정신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실천을 불러일으키며, 또한 역으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실천은 정신을 변화시킨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개별 정신은 ‘시대정신’ 또는 ‘민족정신’이라는 초개인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 ‘마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