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神秘主義 / Mysticism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궁극적 실재와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합일의 체험을 중시하는 철학.
[내용] 신이나 절대자 등 궁극적 실재와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합일의 체험을 중시하는 철학 또는 종교 사상을 말한다. ‘신비(mystic)’라는 말은 눈이나 입을 닫는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mystikos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비체험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에 대한 해석도 문화, 사회, 공동체, 분파마다 다르다. 따라서 신비주의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심리학자이며 철학자였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신비주의를 언표 불능성, 순수 이성성, 일시성, 수동성의 특성을 지닌 초월 체험으로 정의했다. 신비주의는 개아(個我)의 한정된 세계를 초월하여 궁극적 실재와 합일하는 신비체험을 본질로 한다. 궁극적 실재와의 합일은 유한한 인간의 무한세계 돌입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와 같은 경험은 유한한 인간의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 순수 이성성은 초월자와의 합일이 지니는 자명성과 궁극성을 의미한다. 신비체험의 순간에는 개아의 온갖 분별과 욕망, 집착과 분노, 미혹과 망상 등이 모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고요한 평정 상태가 된다. 우파니샤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식적인 상태’가 아니라 ‘의식 그 자체’가 된다. 궁극적 실재 브라흐만은 무차별의 의식 자체이며, 신비체험이란 개아와 브라흐만이 존재론과 인식론적으로 하나가 되는 체험이다. 본래 존재와 인식은 둘이 아니며, 이 둘이 하나로 될 때 환희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비체험은 존재와 인식 그리고 환희가 하나 되는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에 따르면 ‘궁극적 자기성(ultimate selfhood)’이 직관에 의하여 명료하게 지각되는 순간이다. ‘일시성’은 궁극적 실재와 합일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일시적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대개는 순식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신비체험이지만 수개월 동안 순수의식의 상태에 머무는 성자나 선사의 예도 있다. 윌리엄 제임스가 신비체험이 일시적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고 말한 것은 단지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신비체험은 곧 열반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수동성’은 개아의 의지적인 노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신비체험은 개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 내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저절로 오는 것이다. 내가 궁극적 실재에게 다가가는 체험이라기보다는 궁극적 실재가 나에게 다가오는 체험이다. 이때에 개아는 사라지고, 대신 내면의 신성으로부터 나오는 초월자의 능력과 의지에 의하여 우리의 존재와 의식이 통합-확장-상승하는 환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