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제
上帝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동아시아 문명에서 절대적 위상을 지닌 신.
[내용] 동아시아 문명에서 지고무상의 지위를 지닌 신을 이르는 말이다.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심을 가졌던 고대의 사람들은 그 배후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으며 차츰 그 힘을 신격화하여 바람과 비, 천둥과 번개 등의 수많은 자연현상들을 신으로 섬겼다. 그러다가 인지의 발달과 함께 이 수많은 신들을 포괄하는 최상위의 신, 신들 중의 신 또는 신 관념을 지니면서 차츰 일신론 또는 일원론적인 사유방식이 확고해졌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신 관념의 표상으로서 지고무상의 지위를 지닌 대상을 상제라고 하였다. 상제는 천계(天界)에 조정(朝廷)을 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상을 감시하며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관장하는 조물주였다. 말하자면 상제는 천상의 통치자인 동시에 지상의 지배자였다. 상제는 다음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로 항상 의인화된 인격신으로 나타나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움직이고 말하고 명령하며 실제로 존재하는 거대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둘째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내재자이지만, 또한 사람들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초월자였다. 셋째로 사람처럼 욕망이 있는 자였다. 따라서 사람이 그에게 현실적인 어떤 것을 바랄 때에는 제사나 희생 등을 통하여 그 대가를 바쳐야 했다. 넷째로 사람들에게 가난과 부귀 그리고 생사 등의 화와 복을 내려 주는 존재였다. 이와 같이 상제는 천상에 있으면서도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사는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지고무상의 신이었다. 의인화된 인격신으로 나타나고, 실제로 존재하는 거대한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인간세계에 내재자인 동시에 초월자라는 점에서 상제는 인도 베다 신화의 뿌루샤(Puruṣa)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제는 거래관계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복을 내렸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신체 일부를 희생제의 제물로 바쳐서 세계를 창조한 뿌루샤와 다르다. 일신론적인 지고무상의 신격이라는 점에서 상제와 뿌루샤는 유사하지만, 그럼에도 상제는 뿌루샤에 비하여 좀 더 현세 지향적인 측면을 지닌다.
고대 중국의 상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천(天) 개념으로 대체되고, 나아가 천명(天命)사상의 근거가 되었다. 천명사상이란 하늘이 명을 내려 주는 것은 오직 사람의 도덕으로 말미암아 결정된다는 사상이다. 공자는 천명사상을 발전시켜 하늘의 뜻과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본성의 움직임을 일치시킴으로써 천인합일사상(天人合一思想)을 확립했다. 우리나라의 고대문화는 중국 고대의 상제 중심의 종교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것은 『삼국유사』의 단군에 관한 기록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상제는 천상에서 조정 대신들을 거느리면서 지상의 만물을 감독하는 자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