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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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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합 대사전은 천일국학술원에서 제공합니다.
이 사전은 2019년까지의 내용을 수록하였고 섭리의 변화에 따라 항목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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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논쟁

普遍論爭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보편의 실재성, 보편과 개별 간 우위의 문제에 관한 철학적 논쟁.

[내용] 보편이 실재하는가, 또는 보편과 개별 중에서 어떤 것이 우위에 있는가를 두고 벌어진 철학적 논쟁이다. 이 세상에는 김철수나 박영희 등 수많은 개별적 존재가 있으며, 또한 이들을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있다. 여기서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은 실재하는가? 또는 보편과 개별 중에 어느 것이 더욱 근본적인가? 이에 대한 논쟁은 이미 고대 서양철학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중세에 신학논쟁과 깊이 관련되면서 크게 학문적인 쟁점이 되었다.

보편의 존재여부와 의미에 대한 중세 스콜라학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 즉 실재론(realism)과 유명론(nominalism)으로 나뉜다. 실재론은 보편이란 실제로 존재하며 개별적인 것들보다 더 우위에 선다는 입장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은 ‘김철수’라는 개별 존재보다 앞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명론에 따르면 보편적 개념은 단지 만들어낸 말에 불과하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개별적 존재뿐이다. ‘인간’은 단지 유명무실한 개념에 불과하며, 오직 김철수나 박영희 등과 같은 개별적인 존재들만이 실재한다는 것이다.

중세 스콜라철학에서 보편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당시에 지식인들의 주요 관심사였던 신학적인 문제와 긴밀하게 결부되었기 때문이다. 실재론적 입장은 삼위일체설이나 신의 존재를 설명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만일 오직 하나뿐인 하나님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삼위일체설은 결국 각각의 세 신들을 주장하는 이론이 되고 만다는 것이었다. 또한 실재론의 입장은 보편적 통일체로서 중세 교회의 권위가 인정될 수 있는 이론적인 기반이 되었다. 만약 ‘인간’이라는 보편적 실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담의 원죄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도 그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보편논쟁은 중세 기독교의 교리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면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중세 보편논쟁에서 말하는 실재론은 현대의 실재론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실재론에서는 관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실재라고 보는 반면에 중세 보편논쟁에서 실재론은 보편적 개념을 실재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보편논쟁의 실재론은 오늘날의 관념론에 더욱 가까운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중세 인도철학에서는 세계의 실재성 문제가 철학적 논쟁의 핵심이었으며, 세계와 그 안의 개별적 존재를 인정하는 입장을 실재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