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예술론
統一思想 藝術論
항목체계 사상교리
[정의] 통일사상이 제시하는 예술에 관한 이론.
[내용] 통일사상 예술론은 통일원리의 창조목적과 창조성, 기쁨과 닮기의 창조, 수수작용에 대한 이론 등 몇 가지 이론을 기반으로 정초된다.
첫째로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창조성이다. 하나님 우주창조의 목적은 사랑을 통해 기쁨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창조는 인간을 기쁨의 대상으로 지으시고 그 인간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인간 기쁨의 대상으로 만물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 자신도 기쁨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은 하나님이 위대한 예술가이며 우주는 하나님의 작품임을 의미한다. 인간의 예술활동은 이러한 하나님의 우주창조에서 유래한다. 인간의 창작활동은 타자를 기쁘게 해 주고자 하는 전체 목적을 위한 욕망에서 출발하게 되고, 감상활동은 개체 목적, 즉 자신이 기쁨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창조성은 통일사상 원상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창조의 2단 구조에 있어서 형성 능력이다. 하나님의 창조성을 닮은 인간의 예술활동에 있어서도 이러한 창조의 2단 구조가 나타난다. 즉 먼저 구상을 세우고, 다음에 재료를 사용하여 구상을 실체화함으로써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 하나님은 기쁨의 대상으로서 인간과 만물을 지으셨는데, 기쁨은 주체와 대상이 서로 닮았을 때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우주와 인간을 자신을 닮도록 창조했다. 따라서 인간의 예술활동에 있어서도 기쁨을 얻기 위하여 자신의 성상과 형상을 닮도록 작품을 만들며, 감상자는 작품을 통하여 자기의 성상과 형상을 상대적으로 느낌으로써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하나님 원상(原相)의 수수작용을 예술론에 적용하면 창작은 주체(예술가)와 대상(소재)의 수수작용에 의해 이루어지고, 감상도 주체(감상자)와 대상(작품)의 수수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과 미
예술이란 미를 창조하거나 감상하는 정적인 인간 활동이다. 예술의 목적은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마찬가지로 기쁨을 얻기 위함이므로 예술은 미의 창작과 감상에 의한 기쁨의 창조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쁨은 자신의 성상과 형상대로 전개된 대상이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오는 자극으로 말미암아 자체의 성상과 형상을 상대적으로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이다. 즉 주체와 대상이 성상과 형상에 있어서 서로 닮을 때 기쁨이 찾아온다. 성상의 상사성이란 대상, 즉 작품 속에 있는 작가의 심정·사상 등의 성상적인 측면과 주체, 즉 감상자의 심정·사상 등의 성상적 측면이 서로 닮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물(만물, 작품)의 모양·색·소리·냄새 등의 형상적 요소와 주체(감상자)의 인체 속에 갖추어져 있는 형상적 요소는 서로 닮음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이를 형상의 상사성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주체와 대상 간에 성상 및 형상의 상사성으로 인해 그 닮은 요소들이 인식에 있어서 서로 일치하면서 정을 자극할 때 기쁨이 찾아오게 된다.
미란 대상이 주체에게 주는 정적인 힘이자 자극이다. 미는 진이나 선과 더불어 가치의 하나이므로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미는 정적 자극으로 느껴지는 대상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는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대상 속에 있는 요소가 주체에게 정적인 자극을 주어서 그것이 미로서 느껴지게 된다. 주체를 정적으로 자극하는 미의 요소는 대상의 창조목적과 여러 물리적 요소, 즉 시간적 공간적 요소들 간의 조화이다. 회화에 있어서 선·형·색채·공간과 음악에 있어서 음의 고저·장단 등의 물리적 요소들이 창조목적을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그 목적 중심의 조화가 주체에게 정적인 자극을 주게 되고 주체는 그것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현실적인 미로서 느끼게 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미는 가치추구욕을 가진 주체가 대상이 갖추고 있는 미의 요소와 수수작용할 때 결정된다. 즉 대상으로부터 오는 정적인 자극을 주체가 정적으로, 주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미가 결정되는 것이다.
창작과 감상
인간에게는 창조목적의 실현을 위한 욕망이 주어져 있는데, 통일사상 가치론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전체 목적의 실현을 위한 욕망은 가치실현욕이며, 개체 목적의 실현을 위한 욕망은 가치추구욕이다. 예술생활에 있어서 창작은 작가가 대상의 입장에서 주체인 하나님과 인류 등 전체를 위하여 미적 가치를 나타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가치실현욕으로부터 비롯된다. 반면에 감상은 감상자가 주체의 입장에서 대상인 작품으로부터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행위이므로 가치추구욕에 기인한다.
1. 창작의 요건
예술창작이란 예술에 있어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으로서 내적 사위기대의 형성에 의하여 만들어진 구상에 따라 소재(素材)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외적 사위기대의 형성과정이다. 이러한 창작에는 창작의 주체인 작가가 갖추어야 할 주체적 요건과 대상인 작품이 구비해야 할 대상적 요건이 있다. 그 외에 창작의 기교·소재·양식 등도 창작에 있어서 주요한 요건이 된다.
먼저 주체인 작가는 모티브·주제·구상의 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창작에는 무엇보다도 작가의 창작 동기, 즉 모티브가 있어야 하고 그 모티브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 목적이 세워진다. 그리고 그 목적에 따른 주제가 세워지고, 그에 따른 구상이 세워져야 한다. 더 나아가 작가에게는 대상 의식의 확립이 요구된다. 예술가는 창조 본성에 따라 하나님, 그리고 전체 앞에 대상의 입장에 서서 미의 가치를 나타냄으로써 주체인 하나님과 인류를 기쁘게 하는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가 지닌 개성은 그 자체가 창작에 있어서 주체의 요건이 된다. 인간은 하나님의 개별상을 닮도록 창조된 개성체이므로 창작에 있어서도 예술가의 천적인 개성이 작품을 통하여 표현되어야 한다.
작가의 모티브·주제·구상 등의 성상적 조건이 작품 속에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그 성상적 조건을 나타내는 데 가장 적합한 재료가 사용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재료를 사용하여 창작할 때 작품에서의 물리적 요건인 구성요소가 최고의 조화를 나타내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형상적 조건이라고 한다. 여기서 물리적 요소의 조화에는 선의 생동적인 율동의 조화, 형태의 소밀(疏密)의 조화, 공간의 조화, 명암의 조화, 색채의 조화, 음률의 조화, 회화에서 양감(量感)의 조화, 무용에서 동작의 조화, 선분 분할의 조화 등이 있다.
모티브를 목적으로 하여 구상과 소재가 각각 성상과 형상으로서 수수작용을 할 때 예술작품이 나올 수 있는데, 이 수수작용에서 요구되는 특수한 기술 또는 능력을 창작에서의 기교라고 한다. 그리고 소재에도 성상적 소재인 회화의 내용이나 모델 등 작품의 동기가 되는 표현 대상이 있고, 형상적 소재인 대리석이나 목재 등 표현 수단이 있다. 전자를 제재(題材)라고 하며, 후자를 매제(媒材)라고 한다.
양식이란 예술적 표현의 방식을 의미하는데, 통일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창조의 2단 구조 중 내적 사위기대에서 구상이 형성되는 방식을 말한다. 모티브(목적)가 같더라도 지·정·의의 내적 성상과 주제를 품은 내적 형상이 다르면, 그 결과인 구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와 같이 내적 사위기대 중 세 개의 정착물을 세우는 독특한 방식에 따라서 구상이 달라지며, 그러면 자연히 작품의 종류도 다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특정한 양식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상주의,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등이 나타났다.
통일사상 예술론이 지향하는 창작의 태도는 한마디로 통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창조목적을 중심으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통일된 것을 통일주의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실의 죄악세계 속에서 창조이상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고난을 극복해 가는 희망에 찬 인간상을 그리는 것이 통일주의이다. 예술 양식의 흐름도 현재 유행하고 있는 양식으로서의 현실주의와 현재의 유파에 반대하여 미래 지향적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양식으로서의 이상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통일주의는 이러한 유파나 양식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통일을 뜻하는 창작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통일주의 양식은 하나님의 심정과 창조목적을 중심한 하나님의 창조방식을 닮은 양식이기 때문에 작가의 개별적인 차이가 있을지라도 양식 자체는 불변하다고 본다.
2. 감상의 요건
감상에 있어서 주체, 즉 감상자의 요건으로서 미를 향수하려는 적극적인 관심과 작품을 정관(靜觀) 또는 관조(觀照)하려는 태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일정한 교양·취미·사상·개성 등을 구비해야 하며, 심정 중심의 생심과 육심의 조화를 이룬 마음의 터전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으로 작품의 모티브·주제·구상, 그리고 작가의 사상, 작품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 등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것은 작가와 감상자의 일체감, 상사감을 높여서 주관 작용에 의한 부가창조를 병행하기 위해서이다. 작품 속에 깃든 작가의 구상과 여러 물리적 요소들의 통일적인 조화를 다시 결합할 때 작품의 깊은 뜻을 음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감상자가 건전한 시청각의 감각기관과 신경, 대뇌 등의 신체적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상에 있어서 작품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미의 요소, 즉 여러 물리적 구성요소가 창조목적을 중심하고 조화로움을 이룬 상태이다. 작품은 주체 앞에 주어진 완성품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성상적이고 형상적인 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작품의 선정과 주체의 주관 작용에 의한 부가창조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작품의 진열·전시 등의 환경과 위치·조명 등이 적절히 배려되어야 한다.
예술의 통일성
예술에는 상대적인 여러 계기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서로 통일되어 있다. 첫째로 창작과 감상이 통일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창작과 감상을 구분해서 보는 경향이 있지만, 통일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양자는 주관 활동의 두 가지 계기에 불과하다. 예술가는 창작을 하면서 자기의 작품을 감상하고, 감상자도 작품을 감상하면서 주관 작용에 의한 부가창조를 하게 된다. 둘째로 내용과 형식이 통일되어 있다. 즉 작품의 성상이라고 할 수 있는 목적·동기·구상 등과 형상이라 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조화 또는 통일을 이루고 있다. 셋째로 보편성과 개별성이 통일되어 있다. 대개 작가는 독특한 개성을 작품 속에 나타내는 동시에 일정한 유파 또는 일정한 지역적, 시대적인 공통성을 표현한다. 전자는 개별성이며 후자는 보편성이다. 예술가 자신이 보편성과 개별성을 통일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도 개별적인 미와 보편적인 미를 통일적으로 지니게 된다. 넷째로 영원과 순간이 통일되어 있다. 모든 피조물은 자동적 사위기대와 발전적 사위기대의 통일체이므로 불변과 변화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 예술작품에도 마찬가지로 영원적인 요소와 순간적인 요소가 병행하면서 통일을 이룬다. 작품을 감상할 때 이러한 영원 속의 순간 혹은 순간 속의 영원을 느끼면서 감상하면 미가 한층 돋보이게 될 것이다.
예술과 윤리
예술은 만물 주관의 한 형식이다. 그런데 본래 인간은 인격과 사랑을 완성한 후에 만물을 주관하도록 창조되었다. 즉 만물 주관은 인격 완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만물 주관행위를 하는 예술가도 당연히 윤리적인 존재임을 전제로 해야 본연의 예술이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사랑과 미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예술과 윤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사랑은 주체가 대상에게 주는 정적인 힘이고, 미는 주체가 대상으로부터 받는 정적인 자극이다. 사랑은 받는 입장에서 보면 미가 되고, 주는 입장에서 보면 미가 사랑이 된다. 이처럼 사랑과 미는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사랑을 취급하는 윤리와 미를 취급하는 예술은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참다운 미는 참다운 사랑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세속적 예술인들은 소설·연극·영화 등을 통해 사랑을 많이 다루지만 예술인 자신이 윤리적 인간이 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세속적 예술인이 다루는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라 대부분 타락세계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심정과 하나 된 기반 위에서 예술인들이 예술과 윤리의 불가분성을 몸소 체득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통일사상 가치론’, ‘통일사상 윤리론’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