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학
政治神學/ Political theology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정치 체제 및 권력의 정당성과 관련되거나 공동체의 궁극적 원리와 지향에 관심을 두는 신학.
[내용] 정치신학은 정치와 종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그리고 정교관계의 역사적 양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만 신학과 정치 질서 및 권력의 관계, 신학의 정치적 함의, 정치의 신학적 의미에 관련된 사유와 논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치신학은 엄밀한 좁은 의미에서는 20세기 서구의 법철학과 기독교 신학에서 본격적 연구주제로 자리 잡은 기독교 신학의 한 분야 혹은 흐름을 말한다. 그러나 각 종교 전통과 정치 질서 및 제도와의 관계를 다루는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정치적 지배(질서)와 신적 통치의 관계는 정치적 지배자를 신의 지상 대리자로 보는 대표 유형, 종교적 지배 및 공동체와 세속적 지배 및 공동체를 엄격히 구별하는 ‘이중주권(dual sovereignity)’ 유형, 지상에 신의 직접 지배를 제도화하려는 신정정치(theocracy)의 세 유형이 있다. 정치신학적 의미에서 핵심적 문제인 신의 통치, 지배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느냐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해석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의 정치신학을 구분하기도 한다. 첫째는 신의 지배가 이 세계의 지배자나 합법적 질서를 통해 구현된다고 보며 정치를 지배와 권력의 조직과 구조화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보수적인 정치신학이고, 둘째는 신정정치의 예를 억압받고 고통 받았던 히브리 민중들의 메시아공동체, 그리스도에 의해 도래하는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 나라와 메시아 정치에서 찾고 그러한 의미에서의 정치적인 개념을 수평적이고 평등한 사회공동체와 관련시키며, 수직적 지배나 권력론을 비판하는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정치신학이다. 비판적 정치신학은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적 정치사상을 신학적으로 수용하면서 20세기 민중신학, 해방신학, 흑인신학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독교는 초기부터 하나님 나라에 속한 신자들이 로마제국의 세속적 정치 질서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가 문제가 되었고, 그와 관련하여 하나님 나라와 메시아 왕국의 통치, 교회와 세속 국가, 구원과 지배의 관계에 대해 표명된 신학적 진술들이 기독교 정치신학의 원천이 되었다. 예수님과 바울의 메시아주의와 로마제국의 통치에 대한 견해,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중주권 이론, 동방정교회의 정교관계, 루터, 칼뱅 등 종교개혁자들의 정교관계에 대한 신학 등이 그에 해당한다.
서구에서 ‘정치신학’이란 용어가 부각된 것은 20세기 초 독일의 공법학자 칼 슈미트와 발터 벤야민의 정치신학 논쟁과 아우슈비츠의 뼈저린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 속에 기독교 신학계에 등장한 정치신학이다. 칼 슈미트는 의회주의를 비판하고 나치의 전체주의적 지배와 독재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법학자로 악명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정치권력과 주권이 가진 종교적 속성과 신학적 토대를 날카롭게 인식하여 근대성의 이면을 간파한 통찰력으로 이후 급진적이고 비판적 정치신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슈미트는 『정치신학』에서 근대국가의 정치체제의 핵심인 주권의 본질은 최상의 권위이며 궁극적 결정의 문제로서 모든 정상적 규범 일체를 근거 짓는 모든 결정의 상위에 있는 결정으로서 다시 말하면 예외상태에 대한 결정의 문제이고, 정치신학은 이러한 수직적, 초월적으로 설정된 정치적인 것으로서의 주권의 신학적 해석과 정초작업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궁극적 결정의 권한을 가진 정치질서와 주권의 정당성의 근거는 내재적이고 수평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초월적 수직적 신에 대한 의존과 복종에 근거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모든 권력은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하여 권력론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였다. 슈미트는 이처럼 근대국가의 주권의 본질이 정초하고 있는 초월적인 신학적 토대를 지적하며, 세속 국가의 핵심적인 정치적, 법적 개념이 된 그러한 종교적(신학적) 개념을 ‘정치신학’으로 개념화하였다.
그런데 벤야민은 ‘역사철학 테제’에서 역사적 유물론과 신학의 긴밀한 관계를 꿰뚫어보며 근대적 진보의 원리를 비판하였지만, 법을 만들고 유지하는 권력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는 신화적 폭력과 모든 것을 유보하고 탈권위화하는 순수한 예외상태의 도입으로서 메시아주의적이고 신적인 폭력을 구분하고, 메시아주의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슈미트의 보수적 정치신학을 비판하였다. 정교분리를 근간으로 형성된 근대국가의 법과 주권의 원천을 법철학적으로 천착시키고 종교와 정치가 근원적으로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 준 벤야민과 슈미트의 정치신학은 이후 서구 근대성의 한계를 비판하는 탈근대적 정치철학(신학) 담론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한편 20세기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에 대한 통렬한 신학적 반성으로부터 역사적 현실 속에서 교회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하고 정치를 포함한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교회와 기독교인의 참여와 실천, 개입을 주장하는 ‘정치신학’이 태동하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유럽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종말론, 메시아주의와 기독교 신학의 적극적 대화를 시도한 가톨릭 신학자 요하네스 메츠(Johannes Baptist Metz),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등이 대표적 신학자들이다. 이들은 ‘정치신학’을 표방하며 근대적 정교분리의 체제에서 기독교 신앙이 내면의 경험으로만 사유화, 사사화되어 복음의 의미가 개인 구원 중심으로 축소되는 것을 비판하고 사회 정치적 문제 혹은 공동체적 사안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책임, 실천과 참여를 주장하였다. 이들에게 정치신학이란 “죄와 불의가 가득한 세계 속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충만한 하나님의 세계 통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신학”이었다. 총체적 구원의 진리로서 기독교 복음은 영혼 구원으로만 축소될 수 없고 불의에 대한 저항, 적극적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 등 사회적 문제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않을 수 없으므로 신학은 정치신학적 차원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메츠는 불의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곧 종교의 정치에 대한 순응과 침묵이며, 이는 실질적으로는 지배세력에 대해 방관하고 비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교회가 정치화되는 것이라고 보고 저항적이고 비판적인 새로운 정치신학을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상실하고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종교, 보수적 정치신학을 비판하면서 복음의 정신에 입각한 올바른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또 몰트만은 억압받는 히브인들을 선택하고 해방한 하나님 전승과 예수님이 선포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은 불의와 횡포, 억압과 착취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고 해방하는 적극적 공적 차원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종말론적 신학, 희망의 신학이 비판적 신학으로서 정치신학, 정치적 해석학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정치신학에 대해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흐려질 때 종교의 본령과 정치의 본령이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 한편에서는 서구 근대 정치사가 극복한 중세적 신정정치의 폐해에 대한 경계가,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의 정치화가 영혼의 구원과 자유가 아닌 세속적 권력을 정당화하거나 특정한 이념에 대한 신학적 지지로 흐를 수 있다는 보수주의 신학적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핵심적 복음(메시지)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것이며,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총체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신학에는 단지 상황신학이라고만 폄훼될 수 없는 신학의 중요한 주제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정치신학은 현대 기독교 신학의 주요 흐름에 속한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중주권, 루터의 두 왕국신학이 하나님과 신앙의 영역 및 세속과 정치적 영역을 구분하고 있지만, 그 두 영역을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기보다 양자가 비판적 긴장을 유지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목적이 참사랑을 중심한 개인과 가정을 토대로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을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인간은 몸과 마음의 수수작용과 조화를 통한 통합적 존재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적인 영혼의 구원이나 내세의 행복이나 천국행으로는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가정연합은 기본적으로 이 지상에 하나님 나라, 즉 천일국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신학적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나라는 어떤 특정한 국가나 권력자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사랑 실체로서 완성된 이상가정으로부터 시작되며, 그러한 이상가정을 본으로 한 참사랑의 공동체로서 부모이신 하나님 아래 인류 하나의 대가족 사회를 지상에 실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