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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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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합 대사전은 천일국학술원에서 제공합니다.
이 사전은 2019년까지의 내용을 수록하였고 섭리의 변화에 따라 항목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dictionary_pt2-236

영지주의

靈知主義 / Gnosticism

항목체계 종교일반종교학

[정의] 그노시스(gnosis)를 소유할 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사상.

[내용] 신의 계시에 의한 초자연적 지식, 즉 그노시스를 지닐 때 구원받는다는 사상이다. 1세기 중엽에 대두하여 2-3세기를 풍미하다가 4세기경 마니교에 흡수되었다. 특히 2세기부터 3세기 초에는 로마제국의 수많은 지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상에 영향을 받아 교회 내부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비밀스러운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했으며, 유대교 전통보다는 희랍사상의 관점에서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하였다.

영지주의의 사상 체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영지주의는 그리스의 플라톤 사상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상키야-요가(Samkhya-Yoga) 사상, 노장 사상, 페르시아의 배화교,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종교 사상, 유대 신비주의 이슬람의 수피즘, 스토아학파의 범신론 등 다양한 종교 사상에 공통된 우주론, 신과 인간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융화되어 형성된 제설혼합주의 성격을 지닌다. 영지주의 사상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영(혼)은 선하고 육체(물질)는 악한 것이라는 이원론이다. 이 점은 힌두교의 상키야-요가 사상의 뿌루샤-쁘라끄리띠(puruṣa-prakṛti) 이원론과 매우 유사하다. 가현설(假現說)로 불리는 영지주의자들의 기독론은 이와 같은 이원론의 당연한 귀결이다. 즉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人性)과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을 부정하는 배경에는 영은 선하고 청정무구하며, 육체는 악하고 타락한 것이라는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이 있다. 육체는 악한 것이므로 예수 그리스도, 즉 온전한 영적 존재는 악한 육체 속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는 잠시 인간의 모습을 빌렸을 뿐 실제로 인간은 아니었다는 가현설을 주장한다.

이외에도 영지주의는 극단적인 금욕주의, 영혼의 신비성을 강조하는 신비주의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영지주의는 초대교회가 극복해야 하는 주요 이단들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받는 4세기에 이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영지주의는 정통파 교부들에 의하여 비판되고 거세당하게 된다. 그 당시까지만 하여도 그리스도교의 지배적인 믿음이었던 윤회 사상마저 이단으로 금지하게 되었다. 그리스도 최고의 신경인 사도신경은 영지주의로부터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신앙고백으로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그 첫 구문이 “전능하사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으로 시작되는 것은 이 세상이 악한 영적 존재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영지주의 사상을 거부한다는 선언의 성격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