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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청파랑

서양에선 ‘드레스 버섯’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허리의 잘록함을 드러내기 위해 코르셋을 과도하게 착용한 중세 귀부인의 치마처럼 부풀어져 있다.

군생이 마치 발레 ‘지젤’에서 로맨틱 튀튀를 입고 군무를 펼치는 숲속의 요정 ‘윌리’로 연상되며 알브레히트가 된 듯한 황홀감에 젖어도 보았다.

적막한 새벽에 피어 햇살이 내릴 때까지 지상에서의 삶은 단지 서너 시간.

주변엔 내일 필 버섯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1년, 지난해보다 개체 수는 현저히 줄었다. 그 이듬해에는 불과 몇 송이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식처로는 적당치 않았을 것이다. 정원을 드나드는 인간의 냄새가 싫었던 것이리라. 구경하라고 사람을 불러들인 내 탓도 크다.

은밀한 시기를 누려야 할 여왕. 다시 숲으로 돌아간 것일까, 침잠한 걸까. 아니면 소멸한 걸까.

식물도 동물도 아니지만, 그 둘의 영양분을 동시에 갖고 있기에 어떤 버섯에 대해서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칭송한다. 어쨌거나 송이버섯은 산 나무 아래 자라고 표고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자라지만, 노랑망태버섯은 장마 후 습기를 머금은 잡목 숲을 터로 한다.

알고 보면 버섯은 균이다. 진핵생물이다.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균사체는 땅 밑에서 실 모양의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는데, 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받는 대신 땅속에서 흡수한 미네랄을 제공한다. 지구 식물의 대부분은 균류와 공생관계로 살아간다.

노자는 인간은 땅을, 땅은 하늘을 따라야 하며 하늘은 도道를, 도는 자연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저절로 그러한’ 무위성이 자연이라면 오늘 지상으로의 짧은 현현은 자연의 순리였으며 도였다.



관찰은 독단적 경험이며, 그 안에서 상상은 자유다. 나는 새벽에 춤을 추는 발레 ‘지젤’의 요정 윌리를 떠올렸다. 옹기종기 핀 노랑망태버섯에서 발레 ‘지젤’의 요정, 윌리의 군무가 연상된다.


버섯은 식물이 아니라서 뿌리가 없지만, 그 대신 훨씬 넓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하얀 균사가 지하에 뻗어 있다.


버섯은 이 세상 동식물의 잔해를 분해하는 청소부이지만, 그도 누군가에 의해 해체된다. 달팽이가 그 역할을 맡기로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