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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청파랑

나는 꽃의 진화란 것은 결국 양성화로 귀결되고, 그래서 주변의 꽃들과 수정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그런데,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방편을 택하는 똑똑이가 암과 수가 별도인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게서 멈춘 건가, 진행 중인 건가? 아니면,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건가? 양성화가 85퍼센트 이상인 식물계에서 암수의 분리는 마이너로 살아가겠다는 선택이다. 아뿔싸, 생강나무는 그중에서도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 3~5그루당 하나 정도란다. 그래서 암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거다.

암나무는 너무 젠체하지 말아야 한다. 님을 만나야 뽕을 따지 않겠는가.

닥나무 암꽃이 수꽃을 만나지 못해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버리는 불행을 몇 해 지켜본 안타까움이 있어서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은 의미가 없다. 닥나무는 암나무를 편애한 인간의 선택으로 처한 불행이지만, 생강나무는 그것도 아니잖나.

내가 너무 외곬 걱정을 한 걸까? 암나무가 열매를 가을까지 달고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산수유나 산사춘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럼에도 여름 지나 산자락 곳곳엔 새로이 돋은 어린나무가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나친 걱정이었나 보다.

아무튼, 유전적으로는 훨씬 다양한 자손을 남기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번식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자웅이주를 택한 것은 결국 다양성에 무게를 두고 선택한 전략이리라.






한눈에 생강나무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가지 끝부분 두세 장의 잎 모양이 뫼山의 형태이기 때문. 그러나 그 안쪽 잎은 패임이 없이 작고 둥글다. 가을이 되면 잎겨드랑이마다 이듬해 자랄 눈들이 하나씩 옹골차게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