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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청파랑

실개천의 얼음장 밑으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은색 털옷을 입은 갯버들 요정들이 윤슬처럼 반짝인다. 봄 아가씨는 그렇게 오신다.

골무 같은 인편을 벗어낸 버들개지는 해를 향해 등을 구부린다.

녹색의 암꽃에 앞서 피는 수꽃은 무척 아름답다. 밍크처럼 고운 은색의 털 속에서 햇볕을 잘 쬔 붉은 수술은 형광의 노랑 꽃밥으로 변색한다. 반면, 암꽃은 수수하다. 아름다운 꽃받침이나 꽃잎을 만들려는 헛심보다 실리를 택해 씨방 옆에 도자기처럼 생긴 꿀단지를 마련해놓았다. 멀리서 보아도 암수 나무의 구별이 가능하다.

사람은 눈에서, 식물은 꽃에서 영혼을 느낀다고 한다.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데 필요한 것은 미세먼지 같은 꽃가루 요만큼.

씨 하나가 자란 한그루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 성공적인 생식은 드문 일이지만, 빅뱅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그것을 위해 저토록 분주하다.

국어사전에는 버들개지나 버들강아지를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여 버드나무 꽃이라고 하지만, 꽃망울이냐 꽃이냐는 개념은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어깨에 망토를 두른 꽃눈이 터지기 이전까지, 즉 꽃망울의 시기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따로 떼어 버들강아지는 꽃 진 후의 결실인 씨앗과 부푼 솜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꽃망울과 꽃, 열매를 구분해 부르면서 버드나무에 대해서만큼은 통틀어 ‘버들개지’ 혹은 ‘버들강아지’로 부르는 연유가 궁금하다.




얼음 강가에 핀 버들개지


버드나무는 암수나무가 다르다. 씨방 하나를 수정시키기 위해 날아간 꽃가루는 요만큼. 씨 하나가 자란 한 그루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왼쪽 암꽃. 오른쪽 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