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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청파랑

꽃샘잎샘 추위가 귓불을 스칠 즈음 ‘봄 기다리는 맘’을 가장 먼저 충동질하는 것은 버드나무다.

녹색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버드나무는 열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터로 한다. 물가나 고산을 마다하지 않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나 종교, 문화 속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사람마다 버드나무에 얽힌 추억 몇 개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겨울이면 Y자형 가지를 꺾어 불에 쬐며 형태를 잡아 고무줄 새총을 만들던 추억이 있다. 신이 나면 물오른 가지의 껍질을 비틀어 만든 호드기 두 개를 한입에 물고 봄맞이 팡파르를 울려대곤 했었다. 목질의 물기는 달아서 핥아먹기도 했다.

1998년 5월, 긴장 속에 도착한 평양은 과연 옛 이름 유경柳京답게 가로수로 심은 버드나무에서 씨앗을 매단 솜털이 눈처럼 휘날렸고, 유속이 느린 보통강을 뽀얗게 뒤덮었다. 여장을 푼 뒤 사람들 틈에 끼어 강변을 걸으며 평양감사의 꿈에 젖어 있을 즈음 안내원 동지가 등을 툭툭 치는 통에 일장춘몽은 아쉽게 끝나버렸었다.

2022년 5월 코로나19 처방 약이 부족했던 북한에서 인민들에게 열을 내리려면 버드나무 잎을 우려서 하루에 3번 먹으라고 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가슴이 아렸다. 버드나무의 살리실산이 아스피린의 원료이니 근거가 없진 않으나, 이 시대의 처방이 기원전 5세기의 히포크라테스가 내린 처방과 다르지 않음이 안타까웠다.



서울 한강변 반포 시민공원의 버드나무가 헤드 뱅뱅, 바람에 몹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