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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WONSA

청파랑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 설렘의 유효가 멎을 즈음 남녘에서 전해진 화신이 꺼진 불씨처럼 살아나 심장을 데운다.

‘너도바람꽃’이 앞장을 선다. 학명 Eranthis도 ‘일찍 피는 봄꽃’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봄에 부는 서풍의 신인 제피로스와 꽃의 여신인 아내 플로라, 그리고 예쁜 하녀 아네모네에 얽힌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쫓겨난 아네모네가 바람꽃으로 피어났다.

‘바람꽃’은 한여름에 피고, ‘나도바람꽃’은 완연한 봄에 핀다. ‘너도바람꽃’은 아직 겨울이 머무는 2월에 핀다. 형상은 비슷해도 그 둘은 분류상 엄연히 속이 다르고 별도의 일가를 이룬다.

무슨 바람으로 ‘너도’라는 접두어를 붙여 이름을 지은 걸까. 그런 이름을 가진 식물이 또 있으니 변명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억지스럽다. 지역마다 부르던 옛 이름 중에 더 근사한 게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쉽다.

이름은 중요하다. ‘너도, 나도’ 바람꽃이길 원하기나 했던 것처럼 새해의 첫 선물로 다가온 예쁜 꽃을 마치 ‘개똥아, 간난아’라고 부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조롱이 스민 ‘며느리밑씻개’, ‘개불알풀’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니 예서 트집은 그만 잡겠다.





찬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를 등지고 핀 두 송이.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