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모든 게 신기했다. 산이나 들에서 마주치던 푸나무와는 달랐다.
패랭이가 되어주던 큰 잎은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서 젖지 않는 것이 신기했고 물 위로 솟은 한 송이의 꽃, 외계인의 다발성 눈처럼 생긴 연밥도 내 눈엔 그러했다.
학자들은 1억 수천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꽃은 수중식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사리처럼 맛없고 질긴 양치류를 먹고 살았던 초식공룡에게 꽃식물은 최상의 먹이였을 것이다. 그들을 피해 수중에서 피는 전략을 선택한 꽃들은 생존에 유리했다.
큰 꽃, 두터운 꽃잎과 꽃받침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연꽃을 원시적인 꽃의 형태일 것으로 추측한다.
호호 손 불며 빙하기를 버틴 그때의 버릇이 남은 걸까?
한여름인데도 연꽃은 온혈동물처럼 체온을 조절해서 개화의 시기에 스스로 열을 낸다. 실험결과, 새벽에 피는 꽃봉오리 속의 온도는 바깥 기온보다 7도 이상 높으며 32도에서 핀단다. 이 열원이 꽃받침이라니 쉬이 믿기지 않는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그쪽이 확연히 붉다. 꽃받침에 풍부한 당분을 분해하며 내는 열로 향기가 진동해 벌을 유인한다. 다른 꽃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라서 이것도 원시의 흔적인가 싶다.
연잎 표면은 미세한 돌기 구조와 왁스로 코팅이 되어 있으므로 빗물이 뭉쳐서 굴러떨어지며 먼지를 씻어낸다. 연이 깨끗함을 유지하는 이유라니 이런 면에서는 원시의 차원을 훌쩍 넘는다.
연꽃은 생김새가 독보적이다. 지구상 어떤 꽃과도 닮지 않았다.
특이하게 수술과 암술이 많으며, 꽃잎은 두껍고 대략 15장을 겹겹으로 두른다.
꽃잎을 열면 샤워 꼭지처럼 생긴 꽃턱이 아름다운 건축물의 형태로 솟아 있다. 1인 1실, 20개 이상의 원룸을 어린 열매가 차지했다. 머리마다 분화구처럼 가운데가 움푹한 암술이 하나씩 솟아 립글로스를 바른 듯 윤이 난다. 긴 꽃가루관을 거치며 수정이 이루어지는 보통의 꽃과는 달리 암술과 씨방이 바로 붙어 있어서 이 또한 원시의 흔적으로 추측한다.
꽃턱의 외곽은 수백 개의 수술이 둘러쌌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팬들이 일제히 원형 무대를 에워싸고 떼창하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하나의 수술은 3부위가 3색으로 구분되고 가운데의 노란 부분에서 꽃가루가 나온다.
이천쌀밥 한 알씩 붙은 끝부분의 하얀 머리는 특별한 명칭도 없다. 그냥 부속체인가.
분명히 어떤 용도가 있을 텐데, 나의 관찰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꽃은 완성미가 높고 풍만하다.
내가 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태생적 호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을까?
연잎 표면은 미세 돌기 구조에 왁스 코팅이 되어 있어서 물방울이 뭉쳐 떨어지는 힘으로 먼지를 씻어낸다. 그래서 늘 깨끗하다.
가운데 원은 씨방이며, 윤기 나는 암술이 송송 박혀있다. 원 외곽으로는 무수한 수술이 솟는데 끝부분의 흰 봉은 부속체. 그 역할이 무엇인지는 궁금하다. 꽃가루는 길고 노란 대에서 나온다. 꽃잎은 요즘 꽃과는 달리 두껍고 크다. 꽃의 원형일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