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처가 가평의 설악면 외진 곳이라서 그런지 정원도 훌륭한 숲이 되는가 보다.
어느 날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버젓한 화단에서 발견한 노랑망태버섯.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눈 앞에 펼쳐진 우연에 나도 모르게 ‘야호’를 외쳤다.
2020년 7월 하순, 장마의 뒤끝이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철쭉 숲 어두운 곳에서 마주한 빛나는 노랑. 초면이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며칠간 하루에 몇 개체씩 나타났다가 스러지면 다음 날 또 다른 개체가 나타났다. 하루에도 몇 차례 바라보다가 생의 사이클이 문득 궁금해졌다. 지상의 하루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주변을 살피니 그제야 땅속에서 머리만 내민 개화(?)의 후보들이 눈에 띈다. 친숙해지니 보이는 것들이다. 며칠 동안 살핀 결과 새벽녘에 피는 것으로 짐작, 날을 잡았다.
관찰할 후보를 밟지 않으려 돌멩이로 표식을 해놓았다. 다행스럽게 부슬비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노랑망태버섯이다.
망태는 새끼나 갈대를 얼기설기 엮어 물건을 나르는 기구.
하필 ‘고주망태’가 생각난다. 술을 거르는 틀인 고주에 올려놓은 망태는 술 냄새로 전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비유했다.
노랑망태버섯은 그런 인식을 떨쳐내고 ‘버섯의 여왕’으로 추대되었다.
잠은 포기했다. 여왕님이 춤을 추는 새벽.
채도가 낮은 숲의 그늘에서 형광의 노랑 드레스를 펼치는 단 한 번의 공연은 예약이 필수다. 여왕님은 첫새벽에 우아하고 화려한 축제의 서곡을 울린다.
이틀 전부터 지표면에서 지상의 공기를 쐬던 자실체가 오늘 피어오르리란 짐작은 지난 수일간 다른 개체를 관찰한 경험치 덕이었다.
생장 조건이 맞을 때까지 몇십 년도 거뜬히 참아내는 버섯은 온도와 습도, 빛 등이 적당한 때가 오면 버섯을 피우고 포자를 날린다. 버섯이 그렇게 빨리 돋는 이유는 수분흡수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지상에 정수리를 드러낸 지 3, 4일 만에 드디어 껍질을 벗으며 수직으로 오르는 자실체. (2020.7.31. 새벽 3:34~4:22)
액으로 싸여있던 보호막이 걷히며 포자를 잔뜩 묻힌 머리에선 파리가 좋아하는 향기가 난다. 압축되어있던 노랑망태가 자라 나오고 있다. (2020.7.31. 새벽 5:3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