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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좋아하는 이유

왜 한국인은 먹방을 좋아할까?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먹방을 본다고 분석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경제적인 안녕과 연결되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등의 음식과 관련된 속담을 살펴보면, 가난한 살림에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무한 경쟁 속에서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먹방으로 해소하려고 한다는 분석은 그런 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반면 미국 CNN은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아진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보는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사교육 열풍이 번지면서 혼자 밥을 먹는 10대가 늘어나고, 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의 외로움을 먹방이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분석은, 먹방에서 호스트가 먹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안정감을 느끼면서 쉽게 행복해지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인 식욕을 대리만족을 통해 채우면서 특별한 노력이나 시간, 경비를 들이지 않고 즐거움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한국일까?

먹방이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외로움을 덜고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서 이런 먹방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말 중에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이 있다. 처음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게 된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사실대로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질문한 사람은 웃으면서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하고는 그냥 지나간다. 그러면 유학생은 더 당황한다. ‘왜 물어보았을까?’ 하고 내내 궁금해하다가 나중에서야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이 질문이 아니라 인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비슷하게 사용되는 말 중에 “식사나 같이 한번 해요.”라는 말도 있다. 이 말 또한 다음에 보자는 인사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인사에 ‘식사’가 들어가는 것은 그만큼 한국 문화에서 식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는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불안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관계가 단절되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기가 힘들어졌다. 먹방에는 일상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마음을 주고 받지 못한 채 외롭고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다. 


먹방의 위로와 한계

먹방을 보는 동안은 나만 혼자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박한 현실을 잊고 잠시 위로와 행복,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먹방을 통해 얻는 대리만족은 더 깊은 배고픔을 가져온다. 먹방으로 얻는 순간의 위로와 행복은 더 큰 공허를 가져온다. 

먹방으로는 정신적인 허기인 불안과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채울 수 없다. 결국 정신적인 허기를 채우는 일은 잘못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왜 살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의미와 방향성을 알지 못한 채 더 많은 부와 성공을 위해 쫓기듯 경쟁하고 있는 한국인의 일상에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계속)

(성화랑 2021년 봄호 104~107쪽)